작성자 : 천수한의원
2024-10-15
1.
친한 친구가 저희 한의원에서 한약을 복용한 후 불편함이 많이 나아지게 되어 소개를 받고 저희 한의원에 내원하신 분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박사논문 준비를 앞두고 계신 분인데, 원래 공부를 좋아하시고 늘 책을 읽으며 책상에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을 즐거워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의자가 꺼려질 뿐 아니라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불편하여 책상과 의자를 교체해보고, 장소를 독서실 등으로 옮겨도 억울한 감정, 화가 억눌린 감정이 가끔씩 치받아오르고 암담해지는 느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수시로 울컥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자주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견디고 있었습니다.
한의원에 내원하시기 수개월 전부터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듯한 느낌, 흔히들 이야기하는 신경쇠약이 온 것 같고 신경이 막혀 있는 느낌을 들게 되어 신경정신과에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고 편두통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기는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내원하기 한달 전부터는 화가 나거나 긴장될 때 심장 부위가 심하게 두근거리고 쿡 쑤시는 느낌도 오는데 이때는 1~2초 후에는 사라지지만 ‘억’소리가 날 정도로 심한 통증이 있었고, 불안감과 몸이 붕 뜬 느낌, 알던 것도 모르는 것 같은 느낌, 머리 정수리 부분이 마비되는 느낌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박사논문을 완성해야 해서 자료를 찾고 공부를 계속 해야 하는데 공부를 하려고 하면 예민해지는 느낌이 들고, 양 미간이 불편해지면서 예민해지는 느낌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환경 변화에 더욱 심해져서 낯선 장소에 들어가면 얼굴과 목이 찌릿해지면서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머리가 조이는 느낌도 들어 이후에는 그 자리에 다시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다른 일을 하려고 가면 괜찮은데, 공부를 하려면 증상이 발생하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잠들기도 어렵고 자다가 꿈을 꾸거나 깨는 횟수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2.
증상으로 보면 두통, 가슴통증, 호흡곤란, 억울감, 불안증상, 약간의 공황증상 등 매우 다양한 증상들이 계속해서 번갈아가며 발생하고, 특히 공부를 하려고 집중을 하면 더욱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진맥을 하니 전반적으로 맥이 약하며 가늘고 빠르게 뛰는 상황으로, 이는 원래 체질이 강한 편이 아니셨음에도 오랜 기간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정신력으로 버티셨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남아있던 체력마저 바닥나서 정신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대학 입학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간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구를 하셨던 분이신데, 스스로 진단하신 것처럼 ‘신경쇠약’,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뇌신경이 약해져서 나타나는 각종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집중력’이라고 하는 학습능력을 오로지 두뇌활동의 결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집중력도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곧바로 흐트러지게 됩니다.
학생에게 있어 집중력 저하는 단순히 학업 능률이 떨어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집중할 수 없다', 또는 '노력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좌절감은 [스스로의 삶과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수 없다는 느낌(통제감 상실)]으로 이어져 불안증과 심각한 우울증이 발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분 역시 더이상은 정신을 집중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셨고, 논문을 작성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진전이 없으니 답답함과 가슴 통증, 억울감 등이 나타나시고, 급기야는 호흡곤란을 비롯한 공황증상까지 보이게 되셨습니다.
3.
가장 좋은 치료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논문 심사를 앞두고 그럴 수는 없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현재의 상황을 버틸 수 있도록 체력과 지구력을 회복하는 처방을 위주로, 마음을 편하게 하고 숙면에 도움이 되는 처방을 보조로 해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체력과 지구력이 고갈된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보니 마음의 긴장을 완화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처방을 보조로 선택했지만, 숙면은 체력 회복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였으므로, 소홀히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하여 평소에 좋아하거나 자주 하던 운동이 있으면 이번 기회에 다시 시작하시라고 권유해드렸습니다.
다행히도 한달 반(50일) 정도 지나면서 예전처럼 공부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고, 불안감이나 호흡곤란, 억울감, 두통, 가슴의 통증 등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증상이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되었지만, 꾸준히 다섯 달 동안 치료를 지속하여 완전하게 낫게 해드렸습니다.
20~30대에는 병이 잘 생기지도 않지만, 치료를 하면 금새 좋아지기도 합니다.
병이 잘 생기지 않는 연령대에 질병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체력소모가 컸다는 뜻이고, 치료를 하면서 바로 호전되는 것은 신진대사와 재생력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인데, 문제는 치료를 멈추면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2~3개월 내에 다시 서서히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체력이 회복되어 스트레스 상황을 버티고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박사 논문 준비 등 스트레스가 계속되는 환경이 아니었다면 짧은 기간에도 치료가 완성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목표는 학위 취득과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최소 2~3년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신체 능력이 가장 왕성하여 질병이 쉽게 걸리지 않는 20~30대에 새롭게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놓였음을 의미하게 되며, 이때는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충분한 휴식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처음에 충분히 치료한 이후로 논문 심사하실 때, 취업 준비하실 때 다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두통이 약간 시작되려고 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곧바로 한약을 복용하시면서 학위도 취득하고 원하던 직장에도 취업에 성공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