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사례
[음성틱, 근육틱] 틱 억제제를 2년째 복용중인 초등학생 남자아이

작성자 : 천수한의원

2024-10-15


1.

저희 한의원에서 허리디스크와 목 디스크 증상을 꾸준히 치료하시는 환자분께서 아들과 며느리를 소개해주시고, 며느리분께서 여동생의 아들(조카)에 대해 문의를 해주셨습니다.

조카가 어렸을 때부터 경기를 자주 했었는데 커가면서는 틱으로 양방에서 정신과 약을 복용한지 꽤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전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광역시에 거주하면서 근처의 유명한 한의원에서도 많이 치료했었는데 별다른 변화가 없자 2년전부터는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데, 특히 어린나이부터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것이 나중에 커서 어떨지 걱정이 크다면서요.

이렇게 조카의 틱장애에 문의를 하신 분은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정신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기에 특히 염려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경기(경끼, 驚氣)는 워낙 어린 아이들에게 늘상 나타나는 증상이고, 한의원에서도 잘 치료되는 병이기 때문에 만약 잦은 경끼가 원인이 되어 틱장애가 생긴 것이라면 치료 기간의 문제이지, 낫지 않는 증상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내원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2.

그로부터 한 달 여 시간이 지나고 멀리서 엄마와 함께 한의원으로 내원한 아이는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데도 여전히 틱 증상이 심한 편이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틱 억제제를 2년간 계속 복용해왔는데 별다른 호전이 없어서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정신과 의사의 말에 큰 걱정을 하던 차에, 대전에 사는 언니가 우리 한의원을 강력하게 권유해서 한번 와 봤다고 하였으며, 그동안 수년간 아이의 틱 증상으로 여기저기 치료를 많이 다녔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눈치였습니다.

전반적인 체력은 또래 아이에 비해 많이 큰 편이고 음식섭취나 대소변에는 큰 이상이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학원을 많이 다녔었는데 근래에는 스트레스가 틱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사에 말에 모두 중단했고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며, 틱증상으로 같은 반 아이들이 주의깊게 바라보거나 놀리기도 하여 밖에서 뛰어노는 것을 많이 꺼리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심한 편으로 어머니께 심하게 화를 내거나, 잠을 들기가 어려워 유튜브를 오래 보며, 꿈을 매일 꾸는 등 수면장애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양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음성틱(킁킁 하는 소리, 코를 들이키는 소리)과 근육틱, 특히 큰 근육 틱(목, 어깨, 팔, 허리 등)과 작은 근육 틱(눈주위, 입술주위, 뺨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심한 틱 증상이었습니다.

2년간 복용한 양약을 알려 달라고 했는데, 리스펜정(0.5mg), 아리피졸(1mg)이라는 약물이었습니다.



3.

흔히 전통적인 항정신성 의약품이라고 하는 약물들은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치료하는 약물을 의미하며, 주요 작용은 도파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도파민은 신경의 흥분과 근육 운동에 반드시 필요한 신경전달물질로, 뇌에서 분비되는 영역에 따라 서로 다른 작용을 합니다.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우리는 환청, 환시 등 환각을 경험하게 되며, 도파민이 부족하면 파킨슨질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항정신성의약품이라고 하면 바로 환청과 환시 등 환각이 주요 증상인 조현병 치료제를 의미하였으며, 틱 억제제로 처방되어 2년동안 복용한 '리스펜정'과 '아리피졸'이라는 약물은 바로 항정신성의약품이고 조현병 치료제였습니다.

물론 약물의 용량이 아주 적은 편이기 때문에 - 강력한 조현병 치료제로 작용하기 보다는 - 가벼운 틱 억제제로 처방된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초등학생이 틱 증상이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정신분열증 약을 처방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우울증약 - SSRI(세로토닌재흡수 억제제), 공황장애약 - 벤조디아제핀계, 조울증약 - 리튬 등 특정 정신질환에 대응하는 특정한 약물이 처방되는 것이 공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신질환의 병태생리에 대한 개념이 변화했을 뿐 아니라,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정신약물의 기전과 적응증이 확장되면서 기존 약물 적응증에 따른 구분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신경정신과 질환의 진단과 치료 경향을 'Neurosience based Nomenclature(NbN, 신경과학 기반 명명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틱억제제로 조현병 치료 기전인 '도파민 억제제'를 처방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이유로 제가 개원하던 2000년대 초와는 사뭇 다른 정신과 처방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특정 질환 = 특정 약물"이라는 공식, 즉 우울증약, 공황장애약, 불면증약, 조울증약 등으로 정신과약물이 정해져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다른 약물이 한꺼번에 처방되기도 합니다.

틱 억제제로 사용한 도파민 억제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실험, 그리고 임상 관찰을 통해 결정되었을 것이며, 이는 충분한 과학적 결과가 뒷받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약물을 처방하는 가장 큰 근거, 즉 '약물 투여로 인한 기대 효과'와 '약물 투여로 인한 부작용'을 함께 고려하여 처방하였을 것입니다.

약물 투여로 인한 기대효과 ≥ 약물 투여로 인한 부작용

즉, 기대 효과가 부작용을 최소한 앞선다는 전제하에 처방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11세의 아이에게 투여된 도파민 억제제는 과연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고려한 것일까요.



위 사진은 뇌 신경계의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입니다.

사람의 뇌는 임신 5주차에서 5개월차 사이에 분당 25만개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로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고, 대부분의 뇌 영역에서는 우리가 태어날 때 존재하는 신경세포 이외에는 평생 더이상 새로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들 신경세포들은 서로 연결되어 고차원적인 두뇌활동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연결을 '시냅스'라고 합니다.

이러한 신경연결(시냅스)은 유아기에서 청소년기 직전까지 일정하게 유지되다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감소하여 2년남짓한 짧은 기간에 걸쳐 거의 50%의 시냅스들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대략 17세가 되면 불필요한 신경연결(시냅스)들이 사라지고, 남아있는 연결들은 더욱 단단해지면서 인간의 고차원적 사유능력을 담당하는 앞뇌의 전전두구역의 성장이 완성됩니다.

성인에 비해 현저히 많은 신경연결(시냅스)로 인해 영유아에서부터 청소년기까지 경끼, 몽유병, 우울증, 틱, 주의력 산만, 감정기복, 사춘기 방황 등 여러 증상이 성인보다 더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뇌가 성숙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청소년기 이전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생성에 관여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특히 평생에 걸쳐 어떠한 영향을 나타낼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에게 틱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도파민 억제제를 투여한 것이 불과 몇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짧으면 20~30년, 길면 50년 이상 지나야 뇌 성장 과정에서 투여한 도파민 억제제의 정확한 부작용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① 약물 투여로 인한 기대효과 ≥ 약물 투여로 인한 부작용?

② 약물 투여로 인한 기대효과 ≤ 약물 투여로 인한 부작용!

따라서 위의 등식 중에 약물의 투여에 따른 '단기적' 기대 효과는 비교적 밝혀진 반면,

약물의 투여로 인한 '장기적' 부작용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①을 기대하고 처방했는데, ②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5.

저에게 희망을 가지고 아이를 상담하기 위해 오신 어머니께 이러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세히 안다는 것이 오히려 절망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동안 한방치료를 했음에도 별다른 호전이 나타나지 않아 신경정신과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틱 억제제를 복용한 것인데, 최선을 다해서 낫게 하는 것이 저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저희 한의원 치료를 하면서도 신경정신과에서 용량을 늘려 처방 받아 복용하게 되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늘어난 용량에도 틱 증상은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난 2년동안의 복용에도, 그리고 최근 용량이 늘어났음에도 틱증상은 그대로 나타나자, 어머니께서는 한약치료를 하는 동안에는 양약을 끊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항정신성의약품을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내성과 의존성 등으로 단기간에 더욱 심해질 염려가 매우 컸고, 특히 저희 한의원 치료를 시작함과 동시에 양약을 중단하여 틱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신경정신과에서 상담한 이후에 서서히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여러번 설명하였습니다.

매번 학교에 진료확인서를 제출하고 조퇴로 왕복 4시간 거리를 치료받으러 다니는데, 11살이라는 나이에 비해 꽤 아픈 침을 잘 맞아 물어보니, 어렸을 때부터 침치료를 수없이 받아 침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과 반드시 낫게 해야 겠다는 의욕과,,, 이렇게 열심히 믿고 치료함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았을 때 아이가 느낄 실망감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험을 하며 매주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지난 2년간 복용하던 양약은 어머니의 결단으로 저희 한의원 치료를 시작하며 한달이 지나던 때에 끊었다고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염려하던 내성이나 금단증상, 그리고 틱 증상 악화 등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워낙 오랜 기간 틱증상으로 고생을 한 터라, 아이도 어머니도 처음부터 빨리 치료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저 무심히 치료를 하는 시간이 6개월이 지났습니다.

치료가 지속되면서 점차 처음에 불편했던 스트레스로 화를 내는 증상과 악몽 등 수면장애 증상이 점차 사라지면서 틱 증상도 서서히 없어져서 이제는 근육틱과 음성틱이 모두 호전되었습니다.

심한 틱장애에 양방 정신과 말고도 한의원이 하나의 대안, 또는 한의 치료를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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