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천수한의원
2024-10-15
1.
제가 처음 개원했을 때부터 저희 한의원을 다니시던 80세 여자환자분이십니다.
20여년간 진료를 받으시면서 저의 진료 스타일이나 처방, 침치료 방법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며 1년에 1~2차례씩 꾸준히 한약을 복용하시면서 건강을 관리하시고 계시죠.
코로나가 한창되던 2년(2023년)전, 그동안 잘 지내시다가 당뇨수치(당화혈색소)가 8.0으로 오르면서 당뇨약을 2알에서 4알로 늘려서 복용하시게 되면서 불편함이 생기셨습니다.
워낙 30여년전부터 당뇨를 앓아오시면서 주기적으로 잘 관리가 되셨는데, 코로나를 앓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엄격하게 지켜오시던 식사조절과 운동을 못하시게 되면서 혈당이 오르시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뇨약을 늘리면서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하며 변비가 생겨서 음식을 거의 못 드신다고 하시며, 운동을 해야 되는데 힘이 없어 밖에 나갈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하루 1시간~2시간씩, 만보는 거뜬히 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30분만 걸어도 다리와 엉치가 아파서 더이상 걷지 못하겠다고 문의주셨습니다.
2.
당뇨는 우리 몸의 필수 에너지인 포도당 대사에 관여하는 간, 췌장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당뇨약은 간기능과 췌장기능에 영향을 주는 약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약재가 있습니다.
당뇨의 1차 선택약은 ①메트포르민이라는 약재이며, 이는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며 인슐린 활용도를 높여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곧 당뇨의 가장 첫번째 약물은 간기능을 조절하는 약재입니다.
대부분의 당뇨환자분들은 이 첫번째 약으로 잘 조절이 되며, 만약 이 약물로 조절이 되지 않으면 두번째 약을 추가 하게 됩니다.
당뇨의 두번째 선택약은 ②설포닐우레아라는 성분명의 약재이며, 이는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췌장 기능이 떨어진 상황에서 설포닐우레아계통의 약재는 더욱 췌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며 시간이 흐르면 췌장 기능을 더욱 쇠약하게 하여 인슐린주사를 맞게 됩니다.
그래서 예전 어르신분들이 당뇨약 일찍 먹기 시작하면 나중에 일찍 인슐린 주사를 맞게 된다며 당뇨약 복용을 꺼리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당뇨약의 특성 때문인데, 요즘은 메트포르민이 개발되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지거나 잘 관리하면 인슐린 단계까지 가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저희 환자분도 이렇게 메트포르민계통과 설포닐우레아계통의 약재로 20~30년간 혈당을 적절히 관리해 오셨던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두가지 약재 이내에서 당뇨병을 관리하시는데요, 그래서 당뇨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으며 양약만으로도 잘 관리가 되는 질환으로 아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세번째 약물을 추가하면서 부터는 많이 힘들어하시게 됩니다.
2-1.
당뇨의 세번째 선택약은 ③DPP-4억제제 라는 약물인데요,,,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위장관에서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가 되는데, 이 호르몬의 역할로 포만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 음식이 들어 왔으니 췌장에게 인슐린을 분비하라'라는 명령을 내리죠. 그러면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면서 혈당이 떨어지게 되는데, 문제는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시간이 매우 짧다는 데 있습니다.
한번 식사한 이후에 계속 포만감을 느끼면 안되니까 인크레틴의 작용을 더 이상 못하게 하는 효소인 DPP-4가 작용하여 인크레틴을 빠르게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인크레틴을 없애는 → DPP-4효소를 무력화시키는 → 당뇨약이 바로 'DPP-4억제제'입니다.
이 약물은 췌장에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여 식후 혈당이 오르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포만감을 유지시키고 위장관의 운동력을 떨어지게 하여 음식이 더 오래 머물도록 합니다.
부작용으로는 관절통, 췌장염, 상기도 감염 등이 있다고 하는데요,,,
알려진 부작용과는 달리 한의원에 오시는 환자분들은 '당뇨약을 새로 늘리면서 소화가 안되고, 배가 늘 더부룩하며, 변비가 생겨서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증상을 자주 호소하십니다. 그리고 '먹어도 소화는 안되는데 늘 허기가 진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첫번째(간) 두번째(췌장)과 달리 '세번째 당뇨약은 위장관에 작용하는 약물'이다보니, 부작용도 주로 위장관과 관련되어있습니다.
3.
'소화가 안 되고, 배가 늘 더부룩하며, 변비가 생겨서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으며,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는데 늘 헛헛해서 무언가를 먹고 싶다.'
이러한 상황이 하루 이틀 지나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며칠, 또는 몇 개월 계속된다면 어떻겠습니까?
젊은 사람도 힘들 텐데 더군다나 나이도 80이시라면요...
그러다보니 체중이 빠지고 엉덩이와 다리의 근육은 말라가는데, 배는 점점 나오는 상황에 놓입니다.
당뇨가 심해지므로 음식을 더 철저히 조절해야 하는데 헛헛해서 자꾸 무언가를 섭취하게 되고, 소화는 안되어 배는 나오는데, 움직이려면 엉치와 다리가 아파서 운동을 할 수 없게 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됩니다.
이런 불편함이 없으신 분들도 많지만, 일부 환자분들은 당뇨약을 두알에서 세알로 늘리면서부터는 당뇨가 쉬운 병이 아니란 것을 그제서야 아시게 됩니다.
당뇨병의 한의학 명칭은 '소갈(消渴: 당뇨의 특징이 포도당과 함께 수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몸이 마르고 갈증이 생기는 것을 일컫는 병명)'인데, '소갈' 증상은 한의학이 처음 형성되던 3천년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의 환자분께도 한의학의 소갈에 주로 사용하는 처방을 준비해드렸고, 다행히 위와 같은 부작용 증상이 완화되고 혈당도 조금 내렸습니다.
이후로도 6개월 ~ 1년에 한차례씩 위의 탕약을 처방해드리고는 합니다.
그동안 당뇨가 오래 진행되어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날 때 오시는 분들께 한약 처방을 하면 한약도 당뇨에 정말 효과가 좋다는 것에 놀라곤 합니다.
제 생각에는 당뇨병의 초기부터 한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하시는 것이 당뇨의 진행을 늦추고, 당뇨약을 늘리지 않으며,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더 좋은 선택같습니다.











